나는 잔병치레가 잦다.
감기도 자주 걸리고, 남들은 한 번 앓으면 된다는 볼거리(유행성 이하선염이라 하던가)도 대여섯번을 앓은 후에야 나았다. 면역력이 약한걸까.
평소 비염을 달고 사는 데다가 가벼운 감기를 자주 앓아서 요즘 갑자기 날씨가 추워지자 또 몸이 으슬으슬하고 콧물이 흐르기 시작하는가 싶더니, 결국 끙끙거리고 있다.
식당에 저녁을 먹으러 가려고 자전거를 탔다. 머리가 조금 멍-하고 기운이 없어서 출발부터 불안하다 싶었는데, 내리막길을 주르륵 미끄러져 가다가 배수로를 덮느라 살짝 튀어나온 턱에 자전거가 걸렸다. 덜컥.
왜 똑바로 앉지 않고 페달에만 몸을 싣고 있었는지, 브레이크를 쥐려던 손가락은 왜 꼬였는지, 앞으로 고꾸라지던 순간마저 '어?'하고 생각했던 이유는 또 뭔지.
"어, 어-." "아이고..."
우당탕.
사고를 자주 당했었다. 몸이 딱히 둔하거나 한 건 아닌데, 단지 주의력이 부족했던 탓이리라. 자전거, 오토바이, 승용차에 모두 치여봤다. 타짜에서 그러지 않나. 손은 눈보다 빠르다고. 내 몸은 생각보다 빨랐다. 다치기 싫었던게지. 낙법, 같은 기술은 모른다. 그냥 덜 아프려고 고개를 안쪽으로 숙이고 옆으로 넘어졌다. 스물 넷 청년이 자전거 타고 가다가 우당탕인가. 아, 쪽팔려.
-보다도 먼저 생각나는 것.
'어디 옷 망가진 데 없나?'
주섬주섬 일어나 자전거를 일으켜 세운다. 두 갈래로 나뉘었던 길이 하나로 합쳐지는 곳이었는데, 다른 쪽 길에서 오던 아저씨 너댓분이 넘어지는 광경을 보셨던 거다. 위에 대사는 내가 낸 소리가 아니다. 아무튼 걱정하실까봐 고개를 꾸벅 숙여보이고는 옷 두어번 털고, 다시 자전거에 올라탔다. 왼쪽 무릎, 오른쪽 허벅지, 왼팔, 오른 손바닥. 내가 영어 사용자였다면 "오 나의 신이여." 라고 했겠지.
다시 자전거를 타고 가면서 대략적인 피해를 살핀다. 비싼 점퍼, 큰 이상 없음. 청바지도 손상되지 않았다. 세세한 건 밝은 곳에서 봐야 알겠지만. 오른쪽 손바닥이 쑤셔서 보려고 하니, 오 나의 신이여. 장갑 손바닥이 엉망진창이다. 하긴 아스팔트도 아니고 시멘트 바닥이었으니. 손바닥을 살려줘서 고맙다. 하지만 오 나의 신이여, 로군.
투덜거리며 저녁을 먹고, 다시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. 아, 자전거는 어디 상한 데 없나. 룸메건데. 생각보다 감기기운이 심했군. 운운.
점퍼는 오른팔 쪽이 살짝 긁혀서 조직이 손상. 심하진 않다. 바지는 의외로 노 데미지. 눈으로 보기에는 그렇다고. 결국 장갑만 초토화됐다. 웃기는 게, 왼손은 살짝 긁힌 자국만 났다는 거. 무어, 못 쓸 정도냐고 하면 그렇지는 않다. 보기 상당히 흉해서 그렇지. 손바닥 쪽이니까 조심하면 잘 보이지 않을테고. 그래도 마음이 편치는 않다.
집에 돌아와서 옷을 갈아입고, 책을 펼쳐들었다. 비판해야 하거든. 하지만 선배 왈, 이 책은 거의 완벽해서 흠잡을 데가 없을거야. 그 완벽하다는 책이 무엇인지 궁긍할 시점이다. 정답은 교육과정. 고등학교 교육과정, 그 중에서도 시민윤리 부분이다. 지금은 개정중이고 내가 보는 건 7차 교육과정. 완벽에 가깝다고 하면 가까울지도 모른다. 이상적인 말 써놓고 비판하라고 하면 "현실은 이게 먹히지 않습니다."라고 하는 정도밖에 더 있을까? 하지만 혼자 하는 과제가 아니어서 구시렁은 속으로. 비판하지 못하면 그냥 설명이라도 하란다.
허리가 아프다. 넘어진 게 어디 잘못됐나?
정말 "오 나의 신이여."를 자주 연발하게 되는 하루.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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